1000원만 내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을까?
조윤진 (koala624@donga.com ) 기자
2022-12-15 10:12:05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속 변호사 수임료
장발장은 빵을 훔친 죄로 19년 동안 옥살이를 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만약 장발장에게 그의 무죄를 주장해 줄 변호사가 있었다면 이토록 무거운 처벌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그 대가로 지불하는 돈인 ‘수임료’가 필요하다. 빵 한 조각 살 돈조차 없던 장발장이 큰 금액을 들여 변호사를 세우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
9월 방영한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장발장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단 돈 1000원만 받고 도와주는 변호사의 이야기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알아봤다.
천차만별 변호사 수임료
변호사 수임료는 우리가 시장에서 구입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처럼 명확하게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다. 보통 여러 변호사가 속해있는 법률회사인 로펌이 사건의 난이도, 기간 등에 따라 수임료를 정하고 로펌에 속해있지 않은 변호사는 자신의 수임료를 직접 결정하는 방식이다. 드라마 속 천지훈 변호사(남궁민)가 수임료를 1000원만 받을 수 있던 것도 로펌에 속하지 않아 자신의 수임료를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변호사 수임료는 일반 민사사건을 기준으로 약 300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 이렇다 보니 높은 수임료에 부담을 느껴 변호사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소송하는 사람도 많다.
변호사 늘면 수임료는?
최근에는 변호사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수임료가 낮아지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2009년 1만 명 수준이었던 변호사 수는 현재 3만 명이 넘어 10여 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법무부는 변호사가 많이 공급될수록 저렴하게 법률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변호사들이 늘어나니 이들이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내려간다는 거야. 경제 원리로 생각하면 수요(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는 그대로이고, 공급(변호사)은 많아지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민사사건의 최소 수임료를 200만 원 이하로 받기도 한다.
낮은 수임료 속 함정을 조심해
수임료가 낮아진다고 꼭 좋아할 수만은 없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시장이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변호사가 늘어나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져서 수임료를 무리하게 낮추다 오히려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별 서비스의 이익과 완성도를 줄이는 대신 최대한 많은 고객을 만나려는 ‘박리다매’식 시장이 될 수 있다는 것.
경쟁을 위해 수임료를 낮춘 변호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변호사도 있다. 수임료가 곧 변호사의 실력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서 기존의 수임료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제 원리와 달리 예외가 생기는 셈.
장발장 돕는 ‘국선변호사’
그렇다면 정말 장발장처럼 최소한의 수임료도 부담하기 힘든 사람은 변호사를 고용할 방법이 없을까? 법치국가인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이라도 변호를 받을 수 있도록 헌법을 통해 권리를 보장한다.
따라서 장발장이 오늘날 한국에 살았다면 국가가 지원하는 ‘국선 변호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국선 변호사는 국가기관에 소속된 변호사로,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변호를 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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